어간장, 생선살이 녹아든 깊은 맛
제주 해어림 산지탐방을 다녀와서
김현정 천안아산 가공품위원장
지난 1월 연합가공품위원회 연수가 있었다. 각 지역 가공품위원장들로 구성된 연합가공품위원회도 제주도에서의 연수는 처음이라, 연수 일정 중에 제주도에 있는 산지 네 곳도 함께 탐방했다. 연수 둘째 날, 연합가공품위원들이 두 팀으로 나뉘어 아침 일찍부터 한 팀은 추자도로 향하고 한 팀은 제주도 내의 산지를 돌아보았다. 제주도 내에 위치한 해어림은 오후에 방문했는데, 여기는 ‘제주전통 어간장’을 생산하는 곳이다. 가공품위원회에서 어간장을 심의하면서 궁금했던 점들을 생산자에게 직접 들어볼 수 있는 기회였다.
어간장은 ‘원재료는 생선이지만, 간장과 같은 역할을 하는 물품’이라는뜻을담은이름이다. 하지만 그 이름 때문에 어간장은 비릿한 향이 있다는 오해를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생산자께 제주전통 어간장이 라는 것이 제주의 전통 음식인지 질문했더니 우리나라에도 각 지역마 다 어로(魚露, 물고기이슬)라고 불리는 조미액들이 있었는데, 일제시대를 거치면서 대부분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경남 통영에 남아있는 멸장(멸치를 주원료로 함)이 전통 어로의 하나라고 한다.
우리나라뿐만이 아니라 쌀을 주식으로 하는 나라에는 동남아의 간장소스인 ‘늑맘’(fish sauce)처럼 생선으로 만든 고유의 조미액이 있었고, 이는 단백질을 공급하는 역할도 해왔다고 한다.
해어림에서는 우선 5월말부터 11월까지 그때그때 수확한 전갱어, 고등어를 손질해 천일염을 넣고 저온숙성 시킨다. 전갱어와 고등어의 비율, 소금의 양은 어종과 상태에 따라 조금씩 가감되기도 하는데, 대략 고등어와 전갱어의 비율은 5:2 정도 이다. 원재료에 냉기가 들어가면 발효가 되지 않기 때문에 냉동상태의 수입산은 원재료가 될 수 없다고 한다. 1차 발효는 1년 6개월~2년이 걸리는데, 발효가 끝나면 맑은 액과 가시로 완전히 분리가 된다. 숙성이 덜되면 살이 다 녹아 내리지않아 완전히 분리되지 않는다. 1차발효가 완성된 뒤 가시, 기름 등을 걸러내고, 부재료액과 섞어 앞마당에 있는 장독대 항아리에서 다시 발효시킨다. 부재료액은 무말랭이, 다시마, 밀감을 끓여 농축시키고 소금으로 농도를 맞추어 준비해둔다. 2차발효까지 전 과정이 끝날 때까지 3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부재료액을 넣고 2차발효 시키는 과정에 바로 해어림 어간장만의 특징이 있다. 2차발효까지 끝난 어간장은 98°C에서 20분간 끓여 유통과정에서 재발효, 팽창되는 것을 예방한다. 이렇게 다림과정을 마치면 여과포에 이중 여과한 뒤 병에 담아 포장한다.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난 뒤인 2011년이후로는 1차발효 작업을 하지 않았다고한다.
현재 공급되고 있는물품은 2008년에 1차발효 한 것이다.
문순천 대표는 처음에는 스승님으로 부터 전통 어로(魚露)에 대한 얘기를 듣고 흥미를 느껴 생산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지금은 어간장 제조방법으로 특허를 받고 어간장 에 대한 정보가 없던 우리나라 식품공전에 어간장이라는 항 목을 추가하게 하는 성과
도 이루었다고 한다. 설명을 듣고 나니 발효에 의해 생선살이 완전히 녹아든 물… 물고기이슬… 어간장이라고 불리는 것은 너무 단순한 정의라 는 느낌이 들었다.
오랜 시간, 태양, 바람, 바다, 생산자의 정성이 함께 녹아들어 만든 ‘생선에서 얻은 장(醬)’… 그 쓰임새도 생각보다 훨씬 다양했다.“밥 지을 때 빼고는 모든 요리에 쓸 수 있고, 어간장 자체의 깊은 맛과 영양이 음식의 맛을 업그레이드 시켜준다”는 설명이다. 어느 블로그에는 “아주 약하게, 잘 익은 젓갈에서 나는 달달하고 고소한 냄새가 베어있다”는 말로 해어림 어간장을 표현했다. 이제 각종 무침, 국물요리 에 어간장을 사용해봐야겠다. 업그레이드 되는 맛은 어떤 느낌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