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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보리살림돼지

 

오인근 전라북도 김제 금만농협 조합장

쌀을 빼면 식량자급률 3 % 남짓, 영원히 싸게 사다 먹을 수 있을까?
정부는 꾸준히 보리수매가를 낮추어 오다 2012년, 아예 쌀과 함께 보리 수매자체를 중단했 다. 수매제도는 정책적으로 식량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것인데 이것이 폐지되면 식량 자급 기반은 급격히 무너질 수밖에 없다. 이는 1984년 정부가 밀 수매를 중단하자 1980년 당시 4.8%이던 밀 자급률이 1990년 0.05%까지 급감한 데서 확인되었다. 쌀과 보리가 이제까지 우리 밥상을 가까스로 지탱해온 점을 감안하면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후변화와 국제곡물가격 폭등이 되풀이되고 있는 최근의 현실이 여간 아슬아슬한 게 아니다.
한살림에서 돼지사료의 국산사료 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우리보리살림돼지’를 모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보리 소비 자체가 정체된 상황에서 지금은 수입곡물에 비해 가격경쟁력도 없어 이대로라면 우리나라에서 아예 보리농사가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해마다 1천4백만 톤가량의 곡물을 수입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500만 톤은 돼지사료로 소비된다. 소, 닭, 돼지 가운데 특히 돼지와 닭 사료 는 거의 전량 수입곡물이다. 아무리 국산 돼지고기라고 해도 사실은 수입곡물 덩어리인 셈이다.
한살림의 우리보리살림돼지는 돼지사료 가운데 40~50% 정도를 차지하는 옥수수를 전량 빼고 대신 발아시킨 우리보리 20%와 국산 쌀겨 10%, 그 외 곡물을 혼합해 국산사료 자급률 30%가량을 달성한 사료를 먹여 키운다. 충북 괴산과 전남 해남에 있는 시범농가 세 곳에서 시작했지만 올 하반기부터는 한살림의 모든 돼지 사육농가로 확대할 예정이다. 이렇게 하면 200여 세대 보리 생산자들이 120 만 평의 보리밭에서 우리보리 1800톤을 생산하는 농사를 지속할 수 있다. 또한, 옥수수 수입을 줄여 다만 얼마라도 식량자급률을 높일 수 있고, 만에 하나 더 이 상 외국 농산물을 싸게 사들일 수 없는 상황이 닥치더라도 우리 식량자원으로 보리를 활용하게 할 수 있다. 곡물 수입량이 줄어드는 만큼 탄소 발생도 줄고 우리 농지가 늘어난 만큼 우리 환경을 개선하는 효과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한살림연합과 씨알살림축산, 한살림축산생산자영농조합(한축회), 해농수산 등 한살림 생산자조직, 보리생산자들이 출자하고 참여한 우리보리살림협동조합이 지난 8월 설립되었다. 한살림이 세운 또 하나의 이 협동조합은 우리보리살림사료에 필요한 발아보리 등을 생산하게 된다. 우리보리살림사료 생산에는 보리 발아와 가수분해하는 기술을 개발한 바우연구소, 한살림의 기준에 맞춰 사료를 배합, 공급하는 우성사료가 함께 협력하고 있다. 보리는 발아 및 가수분해과정을 거치면 체내흡수 효율이 높아지는데 바우연구소는 올해 우리보리살림협동조합이 별도의 가공공장을 세우면 이 기술을 이전해 줄 계획이다.

정애경 전남 해남 선은농장 생산자

“고기는 덜 먹는 게 제일 중요하지만 기왕 먹는 것은 우리농업의 미래도 내다보면서”
우리보리살림돼지는 기존 제품들에 비해 10%가량 비싸다. 그러나 내용을 살펴보면 결코 비싸지 않다. 수입옥수수를 빼고 국산발아보리를 20% 사용하는 우리보리살림사료는 기존 사료에 비해 50% 가량 비싼 편이다. 사료비가 돼지생산비의 50%를 차지하기 때문에 제품 가격은 20% 이상 인상해야 하지만 10%만 인상하기로 했다. 이는 돼지사육농가, 가공생산지, 한살림이 합심해 우리보리살림돼지 사업을 안정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어려움을 감수하고 있어 가능한 것이다. 사료 자급률을 높여 국내 축산과 농업의 새로운 방향을 모색하는 의미 있는 운동에 각별한 관심과 지원이 있어야만 그 노력의 결실을 맺을 수 있다. 우리보리살림협동 조합이 생산설비를 완공하고, 또 사료공급이 전 사육농가로 확대되는 등 양산체계가 갖춰지면 생산단가는 내려가 지금 시범농가들이 감수하고 있는 어려움은 많이해결될수있을것으로예상하고있다.
맛도 좋고 건강에도 이로울까?
돼지사료는 돼지의 성장에 필요한 영양분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도록 원료를 배합한다. 우리보리살림사료는 옥수수를 모두 뺐다. 옥수수는 불포화지방산인 오메가6의 비율이 높아 비만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성분검사를 준비하고 있지만 옥수수대신 발아시킨 보리와 쌀겨를 섞은 사료가 돼지고기의 품질에도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돼지 사육농가에서는 발아보리사료를 먹는 동안 사육장의 냄새 등이 훨씬 줄어들었고 발아 후 가수분해시킨 보리이기에 체내흡수율이 높으며 돼지들이 사료를 아주 좋아하는 것으로 보아 몸집을 불리는데도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보리살림협동조합은 전북 김제의 금만농협, 부안·완주 등지의 보리 생산자들과 보리 계약재배를 하기로 하고 200여 농 가에서 보리를 짓고 있다. 2012년 11월부터 충북 괴산에 있는 조우영, 강인웅 생산자와 전남 해남에 있는 김동수 생산자(선은 농장)의 농가 세 곳에서 우리보리살림사료를 돼지에게 급여하기 시작했고, 이 사료를 먹고 자란 돼지는 도축장을 거쳐 한살림 축산식품(구 괴산두레식품)과 씨알살림축산에서 각각 가공·포장해 2013년 1월 21일부터 전국의 각 153개 한살림매장과 조합원들께 공급을 시작했다. 시범사육과 공급을 거친 뒤 사료생산과 돼지 사육 등이 안정화되면 이를 모든 한살림 돼지 사육농가로 확산하고 나아가서는 유정란, 양계, 소 사육으로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보리를 살리는 이 1 ▶ 오인근 조합장(금만농협)

제 아무리 땀 흘려 보리농사를 지어봤자, 보리를 소비하지 못하면 소용없는 일이지요. 때마침 한살림이 보리를 이용해 사료를 만들자고 제안을 했습니다. 정말 고맙고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지요. 덕분에 보리 농사를 지속할 수 있고 200여 농가가 보리농지 120 만평 농사를 지속할 수 있으니 다행입니다.

우리보리살림돼지, 무엇이 다른가

한살림은 현재 괴산지역의 돼지농가 5곳에서 돼지를 공급받고 있다. 한살림은 70일이 지난 돼지에게 항생제와 성장호르몬제 등 일체의 화학약품을 사용하지 않고, 총 6개월가량의 사육기간 중 마지막 단계인 비육기간(출하전 2~3개월)에 1평당 2.5마리, 10평당 25마리 이내의 공간을 확보한 톱밥돈사에서 자유롭게 운동하면서 자란다. 농림수산식품부에 의하면 비육돈·무항생제 인증의 경우 1평당 4마리를 적정사육기준으로 정하고 있는데, 한살림 돼지는 이보다 넓은 환경에서 자란다. 이것이 시중의 일반 돼지와의 차이점이 다. 우리보리살림돼지는 여기에 옥수수를 뺀 우리보리살림사료를 먹인 점이 다르다.

보리를 살리는 이 2 ▶ 안상희 간사 (한살림 축산생산자영농조합)

사료에 쓰는 옥수수는 1kg에 450원인데 보리는 1900원입니다. 4배가량 비싸죠. 옥수수를 쓴 일반사료는 1kg에 650원이고 우리보리살림사료는 960원입니다. 사료만 비교하면 거의 50% 가량 비싼 편입니다. 사료 값이 돼지고기 생산비의 50% 정도 차지하니 돼지고기값은 18%는 더 올라야 하지만 너무 가격이 올라가면 아무리 좋은 취지라도 소비자들에게 부담이 되니까 10%가량만 반영했습니다.

보리를 살리는 이 3▶ 조우영 생산자 (충북 괴산 정원농장 대표)

우리보리살림사료를 먹인 뒤에는 축사에 악취가 더욱 줄었습니다. 원래 비육돈은 톱밥이 깔린 돈사에서 비교적 자유롭게 뛰놀면서 자라고 있었고, 톱밥에 있는 미생물들이 배설물을 분해 발효시키기 때문에 냄새는 덜한 편이었는데 사료를 바꾼 뒤로는 냄새가 더욱 줄었습니다. 돼지들도 발아보리가 섞인 사료를 아주 잘 먹습니다. 발아보리가 체내 흡수율도 좋다고 하니 먹는 양에 비해 몸피도 커질테고, 돼지의 품질도 좋아질 겁니다.

글 : 박은진 편집부 / 사진 : 문재형, 류관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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