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쪽파, 사람을 보게 해줘서

한살림 짓는 사람들

보성 나눔공동체 김용표 생산자

 

 

보성에서 나고 자란 김용표 생산자는 부모님 때부터 농사짓던 쪽파, 감자 등을 친환경으로 생산해 한살림에 공급합니다. 득량만 일대의 보성군 회천면은 예부터 감자와 쪽파가 유명해 논농사보다 밭농사가 발달한 곳입니다.

잔잔하게 파도치는 바다 옆, 그보다 더 푸른 쪽파밭이 즐비하다. 이맘때 흔한 황금빛 들녘 대신 푸른 들판이 이색적인 이곳에서는 주민 대부분이 화학농약·비료를 쓰는 관행 쪽파 농사를 짓는다. 해풍을 맞으며 노지에서 자란 보성 쪽파는 김장철과 겨울이면 귀한 대접을 받으니 굳이 어렵게 친환경으로 지을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이 일대에서 친환경 쪽파를 생산하는 사람은 김용표 생산자가 유일하다.

 

이리 될 줄 몰랐던 인연

오랫동안 쪽파 농사를 지어온 동네에서 남들과 다르게 행동하는 것은 큰 도전이었다. 경험이 없는 김용표 생산자의 말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 게으른 놈은 제초제를 제때 안 쳐서 풀을 매고 있구나’라며 손가락질을 받기도 했다.

그럼에도 그가 친환경을 시작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같이 농사짓자는 부모님의 제안을 뿌리치고 서울로 취직해서 고생 좀 했죠. 아버지의 교통사고가 계기가 되어 귀농하게 됐어요. 내려와 보니 아버지가 값나가는 여름 쪽파를 하려다 6년 동안 실패만 하셨더라고요. 새롭게 저만의 작물을 재배하기는 어려운 현실이었어요. 대신 친환경으로해서 남들보다 더 돈을 많이 벌어야지, 그동안 아버지가 망가뜨린 것을 회복해야지, 처음엔 그런 목표였죠.”

친환경 농산물의 판매처를 이곳저곳 물색하다 한살림을 알게 됐다. 한살림이 한창 성장할 때였다. 그는 2년 동안 수급 산지로 한살림에 쪽파를 냈다. “당시 구매부 구기홍 상무님이 한살림 행사에 와서 구경이라도 하고 가라며 여러 번 권유하셨어요. 마지못해 영광 삼짇날 행사에 갔는데, 사람이 많아서 놀랐죠. ‘한살림 생산자가 되려고 보성에서 오신 분이다’라며 저를 소개도 많이 해주시고요. 많은 분들께 도움을 받고 배웠어요. 이런 경험들 덕분에 한살림을 달리 생각하게 되었죠.” 이후 그는 한살림 생산자 교육도 받고 한살림을 더 알아가면 서 농사를 돈으로만 봤던 생각이 달라졌다고 한다.

“한살림에 처음 물품을 낼 때만 해도 이리 될 줄 몰랐는데, 다른 생산자들을 만나며 조금씩 동화되었어요. 보성 쪽에도 같이 한살림 하는 사람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지역에서 공동체 활동도 시작했고요.” 보성, 고흥, 순천 일대에서 개별적으로 물품을 내던 생산자들과 함께 해온 활동은 공동체 결성으로 이어졌다. 나눔공동체는 2014년 한살림 생산자 공동체로 승인받았다. 이제 그도 예전에 그가 도움을 받았던 것처럼 막 활동을 시작한 생산자에게 더 신경을 쓰려 애쓴다. “비록 관행농사가 많은 지역이지만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을 찾아 공동체 회원을 늘리고 싶어요. 그러려면 무엇보다 제가 함께 하고 싶은 생산자가 되어야겠죠.” 그의 말에서 한살림 선배 생산자들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조합원을 만날 날을 기다리며

그의 밭에는 푸릇한 쪽파가 무럭무럭 자라며 수확을 기다리고 있다. 11월 중순부터 공급될 김장채소 중 그가 약정한 김장용 쪽파 생산량은 약 8톤. 2만 5천여 평인 밭의 규모를 생각하면 1/10 정도에 그치는 양이다. 해가 갈수록 직접 김장을 하는 사람이 줄어드니 공급량도 줄고 있다.

한살림에 내는 것 외에 나머지는 공판장에 내는데, 한살림 출하와 일정이 맞물리다 보니 아쉬움도 따른다. “김장철에는 주말 앞둔 목, 금요일에 공판장 가격이 더 좋아요. 그런데 한살림 출하를 우선하다 보면 가격 좋을 때 공판장에 못 내는 경우가 많죠. 매일 나가는 인건비를 생각하면 아쉽긴 해요. 그래도 공판장 값이 더 좋은 것은 김장철 잠깐이에요. 생산비를 보장하는 한살림의 안정적인 가격이 더 고맙죠.”

한살림에 내는 쪽파는 직접 자가채종하여 종구를 마련하고, 품질과 포장에 더 신경 쓴다. 화학비료를 많이 줘 줄기와 밑동이 굵고 튼실한데다 유통 과정에서 갈변도 적은 관행 쪽파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한살림 쪽파가 왜소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쪽파가 가늘면 손질이 어렵다고들 하셔서요. 최대한 선별해서 보내는데 여러 명이 작업하다 보니 간혹 작은 것이 들어가기도 해요.”

그는 조합원의 질책도 격려가 섞여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정직하게 농사지었을 뿐인데 한살림은 약정을 맺기 전부터 소중하게 농사지은 것이라며 작물을 다 가져가더라고요. 나중에 조합원들을 만나니 왜 그런지 이해가 되었어요. ‘올해 쪽파 정말 좋았어요.’ 아니면 ‘고생하셨는데 파가 좀….’이라며 고마움과 아쉬움을 표현하는 조합원들을 보면 농사짓는 사람으로서 감동적이고, 내가 더 잘 지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는 자신을 변화시킨 한살림과 조합원을 더 가까이 만나고자 가을걷이 등 행사에도 꼭 참여하려 애쓴다. 작년김장 때는 매장 공급 지원을 나갔다가 쪽파 다듬는 것이 일이라 김장을 꺼리게 된다는 조합원의 이야기를 듣고 깐쪽파를 물품으로 제안해 공급하기도 했다.

어디서든 자라는 쪽파지만 한살림 쪽파가 특별한 이유는 물품을 내는 생산자의 진심과 정성 때문이 아닐까. “한살림 생산자로서 출하를 한다는 건 마치 축제 같은 거예요. 몇 번의 김장철을 지나다 보니 이제는 시험을 치르는 것처럼 기대도 되고, 긴장도 됩니다. 출하하는 날에 비가 오지 않아야 할 텐데 걱정이에요.” 올해 김장도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축제가 되길!

글·사진 윤연진 편집부

 

피로 회복과 감기 예방에 도움을 주는 쪽파

대파보다 매운 향이 덜하고 부드러운 쪽파에는 비타민 A와 C, 식이섬유, 철분 등의 영양소가 풍부해 겨울철 면역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됩니다. 주로 국물 요리에 넣는 대파와 달리 쪽파는 잎이 여리고 맛이 순해 파김치, 파전 등으로 즐기거나, 양념장 등에 이용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