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신한 땅에서 반갑게 봄을 전하는 땅두릅

마침 찾아간 날이 올해 첫 수확날이었다. 한참 자라는 중이라 높게 쌓아둔 흙 위로 얼굴을 내민 땅두릅이 많지는 않았다. 자식과 같은 땅두릅이 겨우내 잘 자랐을 지, 긴장과 설렘 속에 수확을 시작했다. 정천귀 생산자 가 흙을 파내 잘 자란 땅두릅 줄기를 잘라내면, 이점순 생산자는 땅두릅을 갈무리해 바구니에 담았다. 정천귀 생산자는 2015년부터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귀농을 꿈꾸는 한살림대전 조합원이었던 그는 좋은 기회를 얻어 3년간 한살림부여생산자연합회 사무국 장으로 활동하다 부여에서 첫 농사를 시작했다. 한살림매장 활동가였던 아내 이점순 생산자도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함께했다.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편해요. 도시에서 살 때는 하늘 한 번 올려다볼 여유 없이 바쁘게 살았거든요. 물론 농 사일도 바쁘고 힘들지만 좋아하는 꽃이랑 나무를 실컷 볼 수 있어요.”

직접 풀을 매며 애지중지 돌본 땅두릅

땅두릅은 여러 해를 사는 작물이다. 정천귀 생산자는 2015년에 땅두릅을 심었다. 2년 동안 시행착오를 겪은 끝에 정식으로 생산한 지 3년째다.

모든 작물이 사람 손을 많이 필요로 하지만, 땅두릅은 특히 그렇다. 연한 땅두릅을 키우려면 흙을 모아 뿌리와 줄기 모두를 두두룩하게 덮어 주는 북주기를 해야 한다. 수확 한 달 전에 북주기 작업을 하면 땅속에 뿌리내린 땅두릅이 흙 안에서 열심히 줄기를 밀어 올린다. 흙 위로 초록잎이 한 뼘 정도 올라오면 그때가 바로 수확할 때다. 흙을 살살 파내 땅두릅 줄기를 조심 스럽게 잘라내고 다시 순을 틔워 자랄 수 있도록 흙을 덮는다. 20일 정도만 지나면 다시 땅두릅을 수확할 수 있다.

줄기를 잘라낸 부분 옆으로 다시 새 순이 돋아요. 그 순이 잘 자라려면 흙을 덮어줘야 하니 허투루 할 수 없어요. 하나부터 열까지 정성스럽게 돌봐야 합니다.” 노지에서 키운 땅두릅이 4월 중순부터 6월 초까지 수확하는데 비해 시설에서 자란 땅두릅은 한 달 빨리 만날 수 있다. 정천귀 생산자는 3월 중순부터 한 뿌리에서 3번 정도 채취한다. 그 시기가 지나면 따뜻한 날씨 탓에 줄기가 질겨져 봄날에 먹는 것만큼 맛이 없단다. 그때가 되면 높이 쌓아 올린 흙을 다시 평평하게 내리고 마음껏 자라도록 내버려둔다. 여름에 꽃이 피고, 가을이 되면 씨가 맺히는데, 다음 농사를 위해 씨앗을 잘 갈무리한다. 가을이 지나면 한껏 자란 잎과 줄기를 잘라내 내년을 위해 뿌리의 영양분으로 쓴다. 땅두릅은 겨우내 땅 속에서 지내며 봄을 기다린다.

이렇게 6년 정도 지나면 땅을 한번 갈아엎어야 해요. 땅도 생명인지라, 같은 작물만 키우면 그 작물에 필요한 영양분은 빠져나가고, 독소가 쌓이거든요.”

땅두릅 농사도 풀과의 전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관 행 농사는 제초제를 뿌리며 풀 관리를 한다. 요즘에는 풀을 죽이는 것뿐만 아니라 아예 다시 싹이 나지 않게 하는 제초제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한살림 생산자는 제초제 근처에도 가지 않으니 직접 허리를 숙여 풀을 베어야 한다.

“4~5월이 되면 무섭게 풀이 자라요. 농사 짓기 전에는 예쁜 꽃이구나 했는데, 우리 밭에서 자라니 얄밉더라고요. 그래도 그 덕분에 우리 땅에는 지렁이가 꿈틀거리고 지네가 살아요. 땅을 한번 밟아 보세요. 폭신폭신 하죠? 다양한 생물이 숨쉬고 있다는 뜻이에요.”

내 얼굴 같고, 내 자식 같고

정천귀・이점순 생산자 부부는 땅두릅 외에도 약 11가 지 작물을 키운다. 산딸기, 생강, 대파, 브로콜리, 양 파, 토종옥수수, 토종오이 등. 그렇게 생산한 생산물의 99%를 한살림에 공급한다.

이렇게 조금씩 농사를 지으면 어지간한건 저희 부부 둘이서 할 수 있거든요. 병이 와도 피해가 크지 않고요. 산딸기 수확철에만 잠깐 다른 사람 손을 빌려요. 대신 농한기 없이 1년 내내 계속 농사를 지어야 해요.” 다른 생산자에 비해 농사 짓는 양은 많지 않지만, 약정 전 작목회의와 출하 전 생산 점검부터 출하 후 평가회의까지 모두 열심히 참여한다. 한살림 농사는 단순히 농사만 잘 짓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이 물품을 이용하는 소비자까지 생각하게 된다. 한살림 매장에서 부부 이름이 적힌 물품을 보고 지인이 사진을 찍어 보내기도 한다고. 이러다보니 물품을 담을 때도 먹는 이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하늘 눈치 보면서 농사 짓는 일이 정말 어려워요. 그래도 한살림 농사는 사람과 자연에 주는 부담이 적으니까 마음은 편해요. 저는 농사일을 하면서 음악이나 라디오를 듣지 않아요. 자연이 들려주는 새소리가 얼마나 아름다운데요.”

정천귀 생산자는 농사 지으면서 만났던 곤충과 새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작년 어느 날엔 반딧불이도 만났다며 사진을 보여주는 그의 눈에서 삶을 아끼고 충만하게 누리고 있음이 절로 읽혔다. 땅 깊숙이 뿌리를 내리고, 청량한 봄내음을 풍기는 땅두릅. 정천귀・이점순 생산자 부부에게 진한 땅두릅 향기가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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